241117_3:31PM 백수의 하루

캐나다에서의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요즘의 나는 지나치게 평온하다. 

1년 동안 겪었던 소중한 경험들과 따뜻했던 순간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하루하루가 비슷한 날들의 반복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실, 워홀을 다녀오기 전과 후의 삶이 극적으로 달라질 거라 기대하기엔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결국 나는 캐나다와 한국이라는 두 선택지 중 하나를 다시 택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나는 어딘가 내 삶을 바꿔줄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장소로 자꾸 떠나고 싶었다.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가야 네잎클로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행운은 그저 삶의 작은 쉼표일 뿐이었다. 

행운 이후에도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우리는 매 순간 살아가야 한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어떤 일이든 잘 풀릴 수 있다는 자신감, 나만의 방향성을 찾는 힘,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넓은 포용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 

그곳에서의 시간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나는 확신한다. 인생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행복은 내가 서 있는 길 그 자체이며, 행운은 가는 길 중간에 나오는 작은 휴게소 같은 존재라는 것을.

무료한 일요일 오후,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직 가지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익은 단풍잎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모습은 마치 오타와 리도 강을 따라 늘어서 있던 단풍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내게는 아직 겪지 않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나는 한 가지는 확신한다.

앞으로도 내 삶은 분명 즐겁고, 찬란하며, 아름다울 것이라는 사실을.